지난 3년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 불안과 공포가 세상을 덮쳐왔습니다.
코로나팬데믹, 기후 위기, 전쟁 등 숨 쉴 틈 없이 찾아온 재난 앞에서 피해는 차별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퀴어 커뮤니티와 그 안에 속한 개인들 또한 곱절의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게토는 위협당했고, 사생활은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와 사회는 혐오집단의 공격에서 소수자들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한때 뜨거웠던 지보이스의 시간도 속수무책 흘러내렸고, 고백하자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는 법에 서툴렀습니다.
멀어진 거리만큼 무관심은 커졌고 불안과 의심 속에서 세상에 맞설 용기는 커녕, 사랑하는 법마저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모질었던 세월이 상처로 남았다고 변명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 먼저 마음을 내주고 목소리를 모으는 일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더욱 당혹스런 것은, 마침내 무서운 시간이 끝났다고 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세상을 탓하고만 있기에는 삶은 너무나 절실한 진행형입니다.
조각난 꿈을 엮어서 우리는 지금 모습대로 솔직하게 즐겨볼 참입니다.
"오늘 무대에 펼치는 지보이스의 만찬이 상처받은 당신에게는 위로의 노래가 되고, 온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는 유혹의 노래가 되며, 멀고 험한 길을 걷는 당신에게는 길동무가 되길 바랍니다. 누구도 우리의 노래를 멈출 수는 없다!"